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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필창 작성일23-12-03 04:19 조회2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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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은 품 안에서 잠들었더니 여도운은 꿈도 꾸지 않고서 깨끗하게 숙면할 수 있었다. 수면의 질이 좋으니 눈을 떴을 때의 컨디션도 최상이었다.
“아아악! 아아아악! 악……!”
하나 아쉬운 점은 순찰을 마친 윤민오가 난데없이 오피스텔에 쳐들어와 길길이 날뛰어 댔다는 것이다. 혹시 몰라 와 보았다는데, 여도운은 속옷 한 장 입지 않은 헐벗은 몸뚱이를 멋쩍어할 뿐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 내가 , 둘이 그냥 끌어안고 자고 있었으면 말도 안 해요. 근데 이건 뭐, 대놓고 소문내는 것도 아니고……! 나 말고 가이드 아저씨라도 왔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권정후의 휴대폰으로 소머리국밥을 시켜 먹는 와중에도 윤민오는 맹비난을 거두지 않았다. 파릇파릇한 자신을 놔두고서 늙은이와 붙어먹었다며 아주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
이번에는 자그마한 실버 피어싱이 박혀 있는 우람한 성기를 자랑할 타이밍이었다.
“내 거 , 졸라 이쁘다니까요? 조명받으면 형 완전 자지러질 걸요? 저 아저씨 거는 오만 데 다 굴러다녔을 텐데, 아기 민오는 형이 처음이자 마지막 주인이 될 거라고요. 새 상품이 떡하니 있는데 왜 중고 상품을 쓰고 이에요!”
여도운은 윤민오가 앉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중이었다.
아기 민오고 나발이고 절대 주인이 될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대답은 한숨 소리로 대신했다. 컨디션이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었다.
말을 돌려보기로 결심한 여도운이 넌지시 화제를 바꾸었다.
“…가이드님은 찾아뵙고 왔냐?”
부추무침을 때려 넣은 국밥을 한 숟가락 삼킨 윤민오가 흥, 하며 코웃음을 쳤다. 그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귀염둥이 스무 살 두고 냄새나는 아저씨랑 비비신 분한테는 안 알려줄 거랍니당.”
“언제는 그 아저씨 냄새에 코 박고 죽어 버리고 싶다더니.”
“내가 언제요!”
분명히 그랬다.
영종도 진압 작전 당시, 제게서 풍기는 권정후의 섬유 유연제 냄새를 음미하며 별의별 개소리를 나불거렸었지 않나. 그 어떤 곡해도, 왜곡도 없었다.
모르는 척해 주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자 윤민오가 카랑카랑 소리쳤다.
“권 씨 아저씨한텐 담배 냄새밖에 안 나거든요? 꼴초처럼 담배만 피워대고 있어서?”
어느새 권정후를 부르는 호칭이 캡틴에서 아저씨로 전락해 있었다.
여도운이 시큰둥하게 받아쳤다.
“그 속에 다른 냄새도 섞여 있긴 하겠지. 무려 인어까지 될 수 있는 육체계 에스퍼 씨가 검증해 준 냄새인데.”
“나 , 물리계예요!”
“어쭈. 정체성 부정하면 돼, 안 돼?”
속이 탄다는 듯 사이다 캔을 까서 마신 윤민오가 젖은 입술을 닦으며 말했다.
“후우… 누군 아닌 것처럼 말하시네. 형도 몬스터 새끼 아니었어요? 자웅동체 키메라 실험, 그거 형도 당했다니까요?”
“너보단 덜 당했어.”
“와, 개쓰레기같은 발언…….”
“심했냐?”
“네. 제 마음에 상처 롤토토 주셨으니까 이것 좀 대답해 주세요.”
꿀꺽, 침을 삼킨 윤민오가 물었다.
“…왜 캡틴이랑 먼저 잤어요?”
영문을 알 수 없는 질문에 여도운이 한쪽 눈썹을 치켜들었다.
윤민오는 개의치 않고서 이유를 물었다.
“전 당연히 가이드 아저씨랑 떡치는 게 먼저일 줄 알았는데, 캡틴이랑 뒹군 거 보니까 제 순서도 바뀔 수 있나 해서요.”
승은 입을 타이밍을 점치는 후궁이라도 된 듯, 옅은 홍채가 음침하게 빛났다.
“혹시 가이드 아저씨… 형한테 완전 나가리 된 거예요? 5년이면 슬슬 질릴 때 되긴 했는데, 지금이 그 시기인 거죠?”
“…….”
“헤헤, 잘 판단했어요. 맞아요. 밥만 잘하면 뭐 해요? 밤일을 잘해야지. 그 아저씨 딱 봐도 질에 재능 없을 것처럼 생겼어요. 백날천날 책이나 읽고 있는 거 보면 답 나오지. 근데요, 민오는 아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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