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만 독자와 매일 아침편지…고난 경험이 글쟁이 원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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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주 작성일23-03-29 21:17 조회9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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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겪다 새·바람 소리에 각성
충주 명상센터엔 年 10만명 발길
명상은 '잠시멈춤'…타이밍 중요
아침편지는 다국어로 서비스 예정
종교·정치 배제 원칙이지만 사이비에 빠지는 세태 안타까워
성경 읽기 프로그램도 고민중
목사의 아들로 어린 시절 자주 배를 곯았다. 시골 교회 개척을 소명으로 생각하는 아버지를 따라 시골에서 시골로 자주 이사했다. 어린 나이에 새벽종을 치며 시골 동네에 아침을 알리는 그를 어른들은 대견해했지만 아이들의 텃세는 짓궂었다. 이사한 어느 동네에서는 우산을 씌워주며 길을 인도하는 형을 따라갔다가 똥구덩이에 빠지기도 했다. 이후 대인기피증을 얻어 한동안 집에서 책만 읽었는데, 장서가인 아버지의 책은 그에게 일용할 양식이 됐다. 고도원 깊은산속옹달샘 원장은 "당시 고난의 경험이 결과적으로 나를 글쟁이로 만들었다"고 술회한다.
아버지를 좇아 목회자의 꿈을 안고 연세대학교 신학과에 입학했으나,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던 중 필화에 휘말려 긴급조치 9호로 제적당했다. 목회자의 길이 닫히자 인생은 기자의 길로 흘러갔다. ‘뿌리깊은 나무’와 ‘중앙일보’를 거쳐 김대중 정부에서 청와대 연설비서관을 맡았다. 기자 시절부터 손이 빠르기로 유명했지만, 밤낮없이 몰려드는 업무에 장사 없는 법. 지독한 번아웃과 마주하면서 일하다 쓰러지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러다 죽는구나’ 하고 의식을 잃었다가 정신을 차린 순간 들린 청와대의 새소리와 바람 소리는 큰 깨달음을 안겼다.
강제 ‘잠시 멈춤’으로 늘 곁에 존재했으나 자각하지 못했던 가치의 발견, 이를 계기로 국내 최초 뉴스레터 매거진으로 여겨지는 ‘고도원의 아침편지’를 시작했다. 딱딱한 연설 언어 속에서 연성의 글이 휴식처가 됐다. 책에서 발췌한 좋은 문장에 자신의 언어로 정리한 내용을 더해 보내기 시작한 뉴스레터 독자는 현재 400만명에 달한다. 청와대를 나와 현대인의 마음 건강을 위해 충주 산골에 자원봉사자들과 짓기 시작한 명상센터 건물은 어느덧 20채가 넘었다. 연평균 10만명이 찾으면서 이제는 명소로 자리 잡은 깊은산속옹달샘(옹달샘)에서 고도원 원장을 마주했다.
- 깊은산속옹달샘 규모가 상당해 보인다. 프로그램은 얼마나 운영되고 있나.
▲임야 7만평에 농토가 1만평이다. 유기농을 넘어선 자연농법으로 농사를 짓고, 그걸로 음식연구소에서 고혈압, 당뇨 등 여러 면에 좋은 체질별 맞춤 음식 효소를 개발해 음식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이 외에 향기명상, 느림보 걷기, 소리명상, 비움과채움, 단식명상 등 십여 가지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도움의 손길이 있었다고 들었다.
▲재단을 만들면서 종잣돈 5억원이 필요해 살던 집을 내놓고 시작했는데, 모금과 사업 결과가 모이면서 20년간 800억원을 목표했던 것이 10년 만에 완성됐다. 초창기에는 자원봉사자분들이 직접 건축에 참여하기도 했다. 효율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시간과 돈이 더 들어가는 일이라 지금은 하지 않지만, 다양한 도움의 손길이 많았다.
- 책에서 직원 수만 15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대기업을 내려놓고 오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150여명 중 옹달샘에 속한 수는 70여명가량이다. 이 일은 비우고 내려놓는 섬김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나름의 의미를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있다. 이 일에서 보람과 긍지를 얻는 분들이 모여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기간에 큰 타격을 입으면서 수가 좀 줄었다.
- 호칭이 궁금하다. 어떻게 불리나.
▲재단에서는 이사장, 옹달샘에서는 원장 혹은 고도원님이라 불린다. 학생들은 쌤이나 꿈할아버지라 부른다. 아저씨라 불리기도 한다.(웃음)
- 옹달샘 내에서 지켜야 할 특별한 규칙이 있나.
▲규칙은 간단하다. 지급된 명상복을 입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를 한다. 오후 6시에 저녁을 먹고나면 다음 날 아침을 먹기 전까지는 12시간 이상 간헐적 단식을 하게 된다. 술과 담배는 금지다. 정해진 몇몇 곳을 제외하고는 휴대폰(인터넷 차단)도 안 된다.
- 모든 프로그램의 근간에 명상이 있다. 명상은 어떤 유익이 있나.
▲명상은 육체·정신·정서·영적인 부분을 건강하게 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한마디로 ‘잠시멈춤’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번아웃되기 전에, 엔진에 불이 나기 전에 멈춰야 한다. 근데 멈추는 곳이 더럽고 악취 나는 곳이면 안 되지 않나. 공기 좋은 꽃밭과 정원이 있는 곳에서 호흡하고, 명상하면서 사랑과 감사를 회복하고 돌아가는 거다. 철인이나 도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상황이나 조건이 변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행복해지고, 편안해진다. ‘고난과 슬픔과 아픔이 오히려 선물이었구나’라는 발상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 삶의 극단에 몰린 분들의 참여가 많은 편인가.
▲오시는 분들은 다양한 편이다. 대개 ‘아침편지’를 받아보는 분들이거나, 그분들께 추천받은 분들이 많이 오시는데 그중에는 극단의 상황에 놓인 사람도 꽤 있다. 사실 통증과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저마다의 내상을 지니고 살아간다. 다만 이곳에 오면 대개는 회복을 얻고 나간다.
- 통상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방문하나.
▲음악회 등의 행사를 포함하면 1년에 10만명 정도가 방문한다. 다만 코로나19 기간에는 방문이 뚝 끊겨 O2O(온·오프라인 결합)로 진행했고, 요즘에는 다시 방문 수가 늘고 있다.
- 특별히 기억에 남는 방문자가 있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들어 생활하시던 분이 있었다. 극단의 상황에 몰렸다가 이곳에서 어려운 구간을 잘 넘기면서 기운을 얻고 사업을 시작해 재기했다는 소식을 최근에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어느 유명 가수는 이곳에 와서 펑펑 울며 눈물을 쏟고 난 후 힘을 얻고 가기도 했다. 대단한 것을 해준다기보다 진정성 있는 태도로 경청한다.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삶을 견뎌내는 내공을 갖추는 계기를 만들어주려 노력한다.
- 2만7000개, 자그마치 86년간 아침편지를 보낼 분량의 독서 노트가 저장돼 있다고 했다. 책을 어떻게 고르고 어떻게 읽나.
▲책은 사회적 공기와 명상의 화두, 시대적 어젠다를 문화, 정서적으로 살펴서 몇 권을 선정한다. 그리고 하루 이틀 정도 그 내용을 머금고 다니면서 원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내 생각을 덧붙여 아침편지에 담는다. 오랜 독서의 결과가 흩날리지 않고 독서카드에 저장됐다가 다시 재생되는 거다. 컴퓨터가 없는 옛날에는 책에 밑줄을 긋고 따로 적어 카드를 만들었지만 지금은 컴퓨터에 입력해놓고 키워드만 넣으면 결과를 볼 수 있다.
- ‘고도원의 아침편지’ 독자 수는 얼마나 되나. 아침 편지를 중국어로 낭독하기도 하더라.
▲400만명에 가까운 독자가 조용히 함께하고 있다. 중국어 서비스도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중국어 전문가 그룹이 붙어 운영 중인데 반응이 좋다. 그걸로 중국어 공부하는 분들도 계시고, 중국 현지 분들도 많이 듣고 있다. 중국은 정치와 종교 장벽을 뚫기가 어려운데 그런 것 없이 10년을 이어오고 있다. 이후 수억명이 듣는다면 상당한 문화·경제적 현상이 생길 거라고 본다. 향후 더 많은 언어를 서비스할 예정이다.
- 목회를 꿈꿨을 정도로 독실한 신앙인으로 알고 있다. 종교적 프로그램은 전혀 없나.
▲종교와 정치 배제가 원칙이다. 다만 최근에는 기독교와 관련한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생기면서 성경을 읽게 하는 프로그램을 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일례로 이단과 사이비 등에 빠지는 건 숲을 보지 못하고 단편적 지식을 얻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무슨 말인지 모르면서도 읽었던 책들이 70이 넘은 지금 어마어마한 재산이 됐다. 묵직한 책을 섭렵한 사람은 사유의 깊이가 몰라보게 달라진다. 그걸 경험하게 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별도 법인을 세우거나 정관을 변경해야 해서 고민을 하고 있다.
- 국제대안학교,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 등 교육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여러 일들을 하다 보니 청소년에게 인성과 꿈,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을 갖게 하는 것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단순히 점수 높여서 좋은 대학 보내겠다가 아니라,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자기 인생을 걸어가는 미래 인재를 키우는데, 작게나마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청소년수련원, 링컨학교, 국제대안학교, K디아스포라 세계연대로 이어진 거다. 어릴 때 바로 서야 커서 쉽게 현혹되지 않기에 그런 시스템을 마련해주고 싶었다.
▲100% 이뤘다고 본다.(웃음) 하나 또 10%밖에 안 된 것 같기도 하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주된 관심사는 청소년이다. 세계시민 교육 태도를 갖춰 국경 제약을 넘게 하고 싶다. 나중에는 디아스포라에서 K도 떼고 싶다. 그럼 외국인 학생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평화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출발점은 마음에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 초중고 과정에 22명의 학생이 4개 국어 스피치 교육을 받으며 기숙 생활을 하고 있다.
- 인터뷰를 읽는 독자를 위해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명상법을 소개한다면.
▲2014년 봄 급발진 사고로 디스크가 파열된 상태로 인도행 비행기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 어마무시한 통증을 견디기 위해 8시간 동안 했던 호흡을 매뉴얼로 만들었는데 그게 3·3·3호흡이다. 코로 공기를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면서 ‘하’를 세 번, 다시 코로 숨을 들이쉬고 입으로 내쉬면서 ‘쓰’를 세 번, 다시 코로 들이쉬고 입을 다물고 내쉬면서 ‘엄’을 세 번, 이걸 세 번 반복하는 게 제가 개발한 3·3·3호흡법이다. 자연 속에서는 소리가 공명하며 내는 에너지가 있다. 아이들이 소변볼 때 어머니가 ‘쉬’라고 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는 심장을 달래는 소리고, ‘쓰’는 신장을 쓰다듬는 소리다. ‘엄’ 소리는 몸 전체를 진동시킨다. 온몸을 흔들어 정화하면서 치유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렇게 15분가량 하고 나면 확실히 나아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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