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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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창주 작성일23-03-21 17:50 조회15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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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
부주의한 언어는 누군가에게 폭력이 된다. ‘바보’, ‘결정장애’, ‘-린이’ 등 우리 일상에서는 물론 TV 프로그램이나 뉴스 기사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표현들은, 단어 사용자가 실제로 장애인이나 어린이 등 우리 사회의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나 차별 의식을 가지고 그러한 언어를 사용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소수자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부주의한’ 언어다.
중략
민주주의 사회는 서로 ‘틀린’ 것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모인 사회다. ‘정상’의 범위를 정해놓고 이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으로 취급해 소외시키는 차별과 배제의 표현과 작별하기 위해서, 서로가 서로를 보듬으며 살아가기 위한 대안을 제시한 이 책은 ‘내일의 우리말 사전’이다.
혐오 없는 세상을 위해서, 우리의 언어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뉴스페이퍼는 “그런 말은 전혀 괜찮지 않습니다”의 저자 장슬기 기자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질문 01
차별 언어는 과거의 인식에서 비롯된 표현들도 있지만 신조어에서도 자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차별적 언어가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차별 언어가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차별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겠죠. 차마 아무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던 차별적인 생각을 누군가가 온라인상에서 꺼내면서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하고요.
‘군삼녀’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방송 인터뷰에서 ‘남자들이 군대를 3년은 다녀와야 한다’고 말한 한 여성을 비난하는 표현입니다. 사실 군 내부에서나 이미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 사이에도 자주 나오던 얘기입니다. 그러나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성이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하니 그를 특정해서 신조어를 만든 것입니다.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그를 특정하는 용어까지 만들며 온 사회적 비난을 받을 만큼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죠.
성차별 시선이 개선되지 않으니 새로운 현상이나 사례가 나타날 때마다 불필요한 신조어가 생겨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군삼녀’가 ‘군대 3년’을 주장한 것은 사실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고민해볼 지점은 왜 비슷한 주장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 여성만 특정당해서 비난을 받았냐는 부분이죠.
해결책을 찾는 일은 쉽지만은 않습니다. 제 책에 실린 김영란 전 대법관의 추천사 일부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익숙하게 사용하는 많은 표현에 깔려 있을 수도 있는 배제와 혐오의 감정은 그 표현의 의해 배제되고 혐오받는 집단에 소속된 경우가 아니면 민감하게 알아채기 어렵다. 그렇다면 잠시 멈춰 서서 ‘이 표현은 괜찮을까?’ 생각해보는 그 자체가 내가 속하지 않은 다른 집단에 대해 생각해보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질문 02
기자로서 언어를 사용하는 데 특히 고민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책에서 제시된 차별 언어들을 보면서 ‘이런 표현도 차별이 될 수 있구나’ 하고 생각한 부분들이 있는데요, 의도치 않게 차별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에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상당수 차별 표현이 의도하지 않은 채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표현을 사용한 사람은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적절하다’고 지적을 받으면 불쾌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차별표현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비판에 방점을 두기보다는 ‘함께 고민해보자’는 취지로 대화를 나눠보는 게 좋겠죠.
요즘 정치권이나 언론보도, 각종 강연에서 차별표현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왜 부적절한 표현인지 따져보고, 다양한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떤 독자분들은 차별표현이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표현이 불편하다는 사람들은 왜 불편하다고 하는 걸까 생각해볼 수 있는 거죠. 또한 대체 표현에 대해 공감해보고, 또 다른 대체표현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차별을 줄여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질문 03
그럼에도 익숙하게 써 오던 언어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언어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할 텐데요, 이런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궁금합니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결국 자주 보고, 듣고, 써봐야 낯설지 않고, 그러다보면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미혼모’라는 표현은 ‘아직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 있습니다.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지 않는 표현으로 예전부터 지적이 많이 나왔고, 이제는 꽤 많은 언론사에서 미혼모 대신 단지 결혼을 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사실만 표현한 ‘비혼모’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도 말하다 보면 ‘미혼모’라는 말이 아직 익숙하긴 하지만 기사를 쓸 때는 ‘비혼모’로 쓰고 있습니다. 더 오랜 시간이 흐르면 더 많은 사람들이 미혼모 대신 비혼모를 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질문 04
끝으로 뉴스페이퍼 독자들에게 전달하거나 못하신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차별표현을 지적하는 이 책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걸 압니다. 책에서 다룬 일부 표현에 대해 ‘뭐 이런 것까지 문제 삼나?’라며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제 책이 아니라도 한국사회에는 훨씬 더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있습니다. 어디선가는 끊임없이 차별표현들을 지적하고 있고,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표현들을 문제 삼는 의견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고민해보는 일이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차별 표현은 부정확한 표현인 경우도 많습니다. ‘반바지’를 ‘반다리’라고 하지 않듯, ‘반소매티셔츠’를 굳이 ‘반팔티셔츠’이라고 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제가 책에서 하고 싶었던 말은 모두가 일사불란하게 ‘이런 표현들은 쓰지말고 저런 표현으로 다 바꾸자’는 것은 아닙니다. 책에서 언급한 표현을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고, 언어를 매개로 더 많은 분과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책을 계기로 뉴스페이퍼 독자들과도 소통하게 된 것처럼요.
출처 : 뉴스페이퍼(http://www.news-paper.co.kr)
http://www.news-paper.co.kr/news/articleView.html?idxno=77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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